여과는 막의 공극보다 큰 입자를 거르므로, 원심분리 뒤에도 남을 수 있는 미세 입자를 제거하는 데 쓸 수 있다. 대신 분석물이 막에 흡착되거나 막에서 용출물이 나올 수 있다. 원심분리는 막을 쓰지 않아 흡착 손실이 없지만, 밀도 차가 작거나 크기가 작은 입자는 상등액에 남는다. 그래서 선택은 세 질문으로 정한다. 입자가 원심력으로 가라앉는지, 분석물이 막에 붙는지, 시료 수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다. 고형분이 많으면 원심분리 후 여과하는 조합이 실용적이고, 원심분리 상등액은 필터 적합성을 평가할 때 대조군으로 쓴다. 이렇게 고른 근거는 메서드와 검증 계획서에 ×g, 시간, 막 재질, 폐기 부피로 남긴다.
목차
선택을 가르는 세 가지 질문
여과와 원심분리는 모두 입자를 없애는 방법이지만 분리 원리가 다르다. 그래서 실패하는 모습도 다르다. 여과는 막의 공극보다 큰 입자를 크기로 걸러낸다. 원심분리는 입자를 침강시키는데, 침강 속도는 입자의 크기·모양, 원심 가속도, 고형분 비율, 입자와 액체의 밀도 차, 점도에 따라 달라진다. 입자가 크고 밀도가 높을수록 빨리 가라앉는다.
그러므로 방식은 다음 세 질문에 차례로 답하면서 정한다.
1. 입자 유형: 원심력을 주면 가라앉는 침전·응집물인가, 계속 떠 있는 미세 부유물·콜로이드인가.
2. 분석물과 막의 상호작용: 분석물이 막 재질에 흡착되는가. 막에서 나온 용출물이 검출을 방해하는가.
3. 처리량과 비용: 시료 수와 부피, 필터 소모 비용, 원심분리기 용량과 소요 시간은 어떤가.
| 항목 | 여과 | 원심분리 |
|---|---|---|
| 분리 원리 | 공극 크기로 거름 | 밀도 차와 입자 크기에 따른 침강 |
| 남는 위험 | 막 흡착, 용출물, 필터 안에 남는 액량(홀드업) | 가라앉지 않은 콜로이드·미세 부유물, 상등액을 옮길 때 다시 떠오르는 입자 |
| 잘 맞는 시료 | 침강하지 않는 미세 입자가 있는 시료, 흡착이 확인되지 않은 분석물 | 고형분이 많은 현탁액, 모든 막에 흡착되는 분석물 |
| 약한 시료 | 흡착성 분석물, 막을 금방 막는 고농도 고형분 | 밀도 차가 작은 부유물, 고형분과 닿아 있는 동안 용해가 계속되는 시료 |
| 처리 방식 | 시료마다 필터를 소모하며 하나씩 처리 | 배치 처리, 필터 비용 없음, 로터 용량만큼만 처리 |
약전 각조나 공정시험기준의 개별 시험법이 전처리 방식을 정해 두었다면 그 조건이 먼저다. 이 글의 선택 기준은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을 때, 또는 정해진 방식을 바꾸면서 동등성을 입증해야 할 때 쓴다.
손실 기전이 다르면 확인할 항목도 다르다
여과의 손실은 막에서 생긴다. USP <1092>는 필터가 약물을 흡착할 수 있으므로 이를 평가해야 하며, 흡착은 예상 농도 범위를 위아래로 포함하는 여러 농도의 시료 용액으로 확인하라고 적고 있다. 흡착이 포화되는 유형이라면 처음 나온 여액을 일정량 버린 뒤 받은 여액이 원래 농도에 가까워질 수 있다. 또 필터 용출물이 분석을 방해하지 않는지는 여과한 매질과 여과하지 않은 매질을 비교해 확인한다.
흡착 정도는 막 재질과 분석물 계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의약품·개인위생용품 성분(PPCPs) 57종을 100 μg/L로 첨가해 1 mL씩 여과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 손실이 가장 낮았던 것은 소수성 PTFE 필터였고 손실 중앙값은 10%였다. 그래도 퀴놀론계 항생제는 7~37%, 마크로라이드계는 9~52%를 잃었다. 처음 1 mL를 버리면 대부분 계열에서 손실이 줄었지만, 마크로라이드계에서는 효과가 일정하지 않았다. 과불화화합물(PFAS)로 필터 12종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나일론 필터의 회수율이 가장 나빴다. 같은 연구에서 지름이 크고 공극이 작은 필터일수록 흡착 손실이 컸다. 정리하면 '저흡착 재질'은 출발점일 뿐이고, 분석물별로 확인해야 한다.
원심분리의 손실은 상등액에 남는 것에서 생긴다. 막이 없으니 흡착은 없다. 대신 가라앉지 않은 입자가 상등액에 남아 컬럼 프릿을 막거나 배압을 올린다. 분석물이 그 입자에 붙어 있거나 입자 안에 들어 있으면 정량값에도 영향을 준다. USP <1092>는 용출 시료에서 원심분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며 세 가지 이유를 든다. 고형분을 없앨 때까지 용해가 계속될 수 있고, 상등액에 농도 구배가 생길 수 있고, 원심분리가 준 에너지 때문에 원료 입자가 더 녹을 수 있다. 다만 분석물이 흔히 쓰는 모든 필터에 흡착되는 경우, 필터 용출물이 형광법 같은 분석을 방해하는 경우는 원심분리가 나을 수 있는 예외로 둔다.
이 차이 때문에 검증 설계도 달라진다. 여과는 '막에 붙어서 잃은 양'을, 원심분리는 '남아 있는 입자가 컬럼과 정량에 주는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1차 판단: 입자가 가라앉는가
먼저 시료를 원심분리해 상등액 상태를 본다. 침전물이 바닥에 단단히 모이고 상등액이 맑으면, 원심분리만으로 입자를 처리할 수 있는 후보가 된다. 반대로 원심분리 뒤에도 상등액이 탁하거나 빛을 비추면 산란이 보이거나, 상등액을 옮기는 동안 침전층이 쉽게 흐트러지면 미침강 입자가 남았다고 보고 여과를 함께 쓴다.
컬럼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이 판단은 더 엄격해진다. Waters는 ACQUITY UPLC용 시료에 대해 시린지 필터의 공극 크기가 0.2 µm 이하여야 하며, 이보다 크면 컬럼이 막힐 위험이 있다고 안내한다. 원심분리 조건만으로 그 크기 수준의 입자까지 제거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제거 여부는 입자 밀도와 RCF, 시간에 달려 있다. 따라서 UHPLC 컬럼을 쓰면서 원심분리만 하려면, 배압 추이나 가드컬럼 교체 주기 같은 운영 기록으로 컬럼 보호가 충분한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시료 성격으로 보면 대략 이렇게 나뉜다.
– 침강성 입자가 중심인 시료: 정제·캡슐 부형제를 녹이고 남은 불용물, 단백질 침전 후 침전물, 토양·슬러지 추출물의 굵은 입자. 원심분리를 먼저 검토한다.
– 부유성 입자가 중심인 시료: 에멀션, 고분자·계면활성제가 만든 콜로이드, 미세 결정. 여과가 필요하다.
– 두 가지가 섞인 시료: 원심분리 후 여과하는 조합을 쓴다(아래 병행 시나리오 참고).
2차 판단: 분석물이 막에 붙는가
입자 기준으로는 여과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와도, 분석물이 막에 붙으면 그대로 쓸 수 없다. 흡착을 의심할 신호는 다음과 같다.
– 이온화하는 산·염기 분석물이면서 작용기가 있는 막(나일론 등)을 쓰는 경우
– 소수성이 크거나 계면활성 성질이 있는 분석물(장쇄 PFAS 등)
– 정량 대상 농도가 낮아 흡착 부위가 포화되지 않는 경우
– 용매가 대부분 물이라 분석물이 막 표면으로 옮겨 가기 쉬운 경우
대응은 다음 순서로 검토한다. ① 막 재질을 바꾼다. ② 흡착이 포화되는 유형이면 초기 여액을 버린다. ③ 지름이 작은 필터로 접촉 면적을 줄인다. ④ 그래도 회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원심분리로 바꾼다. ④는 USP <1092>가 원심분리를 예외로 인정하는 상황과 같다.
GC 액체 주입 시료도 기준은 같다. 다만 용매가 대부분 유기용매이므로 막의 내화학성을 먼저 확인한다. 입자는 오토샘플러 시린지 바늘과 주입구 라이너에 쌓인다. 따라서 휘발하지 않는 고형분이 많은 추출액이라면 여과보다 원심분리나 정제 단계를 먼저 검토하는 편이 낫다.
3차 판단: 처리량과 비용
입자와 흡착 기준을 모두 통과한 방식이 둘 다 남았을 때 처리량을 따진다. 여과는 시료 하나를 바로 처리할 수 있지만 시료마다 필터와 시린지를 쓰고, 초기 여액을 버려야 하면 시료 부피도 더 든다. 원심분리는 필터 비용이 없고 여러 시료를 한 번에 처리하지만 로터 용량과 회전 시간이 정해져 있다. 상등액을 옮길 때 침전층을 건드리지 않아야 하므로 손이 많이 간다.
한 가지 더 볼 것이 있다. 원심분리 조건은 rpm이 아니라 RCF(×g)와 시간으로 정해야 다른 장비에서도 같은 조건이 재현된다. 같은 rpm이라도 로터 반지름이 다르면 시료에 걸리는 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아래 계산 예제).
병행이 필요한 세 가지 상황
① 원심분리 후 여과: 고형분이 많고 미세 입자도 있는 시료. 원심분리로 고형분을 먼저 줄이면 필터가 막히지 않고, 여과로 미침강 입자를 마저 없앤다. 이때 흡착 위험은 여과만 할 때와 같으므로 필터 적합성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② 원심분리 상등액을 필터 평가의 대조군으로 쓰기. USP <1092>는 표준액이면 여과액(적절한 부피를 버린 뒤)을 여과하지 않은 용액과 비교하고, 시료액이면 여과액을 여과하지 않고 원심분리한 용액과 비교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또 메서드를 개발하는 단계에서 필터 재질의 적합성을 평가할 때는 원심분리를 써도 된다고 한다.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시료액에서 여과액이 원심분리 상등액보다 낮게 나온 것이 막 흡착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분석물이 붙어 있던 콜로이드가 걸러진 결과일 수도 있다. 입자가 없는 표준액에서도 여과 전후 차이가 나는지 함께 보면 두 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
③ 모든 막에 흡착되는 분석물: 원심분리와 기기 쪽 보호를 함께. 여과를 뺄 수밖에 없다면 원심분리 조건(×g·시간)을 정하고, 컬럼 앞에 인라인 필터나 가드컬럼을 두어 남은 입자에 대비한다. 그리고 배압 추이를 시스템 적합성 기록과 함께 관리한다.
계산 예제: rpm을 RCF로 바꾸고, 여과액을 원심분리 대조와 비교하기
아래 수치는 모두 가상(교육용) 데이터다. 실제 측정 결과가 아니다.
(1) rpm → RCF 환산. RCF(×g) = 1.118 × 10⁻⁵ × r(cm) × rpm²이다.
– 로터 A, r = 8.0 cm, 3000 rpm: 1.118 × 10⁻⁵ × 8.0 × 3000² ≈ 805 ×g
– 로터 B, r = 10.5 cm, 3000 rpm: 1.118 × 10⁻⁵ × 10.5 × 3000² ≈ 1057 ×g
– 마이크로원심분리기, r = 7.3 cm, 13000 rpm: ≈ 13793 ×g
같은 3000 rpm이어도 로터에 따라 RCF가 약 1.3배 차이 난다. 메서드에 '3000 rpm, 5분'이라고만 적으면 장비를 바꿨을 때 조건이 달라진다. ×g와 시간으로 적고, 사용한 로터의 반지름도 함께 기록한다.
(2) 여과 분획과 원심분리 대조 비교. 같은 시료액을 세 가지로 처리해 각각 3회 정량했다고 가정한다.
– 원심분리 상등액(대조): 평균 50.07 µg/mL, 표준편차 0.25 µg/mL, RSD 0.50% (n = 3)
– 여과, 처음 1 mL 여액: 평균 46.53 µg/mL, 표준편차 0.35 µg/mL, RSD 0.75% (n = 3)
– 여과, 2 mL를 버린 뒤 받은 여액: 평균 49.77 µg/mL, 표준편차 0.21 µg/mL, RSD 0.42% (n = 3)
대조 대비 비율은 처음 1 mL가 46.53 / 50.07 × 100 ≈ 92.9%, 2 mL를 버린 뒤가 49.77 / 50.07 × 100 ≈ 99.4%다. 표준편차는 표본표준편차(n−1)로 계산했다. 이 경향은 흡착이 포화되는 경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초기 여액에서 생긴 차이가 폐기 후에는 반복 정밀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그렇다고 이 결과를 합격 판정으로 바로 쓰면 안 된다. 허용 차이는 시험 목적과 규격 폭에 맞춰 검증 계획서에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또 처음 1 mL에서 생긴 차이가 흡착 때문인지 콜로이드 제거 때문인지는 표준액 여과 비교로 따로 확인한다.
선택 체크리스트와 메서드에 남길 항목
선택 체크리스트
– [ ] 약전 각조·공정시험기준에 전처리 방식이 정해져 있는지 확인했다(정해져 있으면 그대로 따르고, 바꾸면 동등성을 입증한다).
– [ ] 원심분리 후 상등액이 맑은지, 침전층이 안정적인지 확인했다.
– [ ] 컬럼 입자 크기에 맞는 필터 공극 크기를 제조사 안내로 확인했다.
– [ ] 분석물의 이온성·소수성과 막 재질의 상호작용을 검토하고, 후보 재질을 둘 이상 비교했다.
– [ ] 예상 농도 범위를 포함하는 여러 농도로 흡착을 확인했다.
– [ ] 흡착이 포화되는 유형이면 초기 여액 폐기 부피를 분획 시험으로 정했다.
– [ ] 필터 용출물이 분석을 방해하지 않는지 여과 매질 대 비여과 매질로 확인했다.
– [ ] 원심분리 조건을 ×g와 시간으로 정했고, 로터 반지름을 기록했다.
– [ ] 용출 시료라면 원심분리 중 용해가 계속되거나 농도 구배가 생길 위험을 검토했다.
– [ ] 원심분리만 쓰는 경우 인라인 필터·가드컬럼과 배압 추이 관리 계획을 세웠다.
메서드·검증 계획서에 남길 항목
– 선택한 방식과 그 이유(입자 유형, 흡착 평가 결과, 처리량 고려)
– 여과: 막 재질, 공극 크기, 필터 지름, 제조사·품번, 폐기 부피, 여과 속도나 압력 조건
– 원심분리: ×g, 시간, 온도, 튜브 종류, 상등액 채취 위치와 부피
– 병행 시: 처리 순서와 각 단계 조건
– 적합성 평가: 비교 대상(비여과 표준액, 원심분리 시료액), 농도 수준, 반복 수, 사전에 정한 허용 기준과 그 근거
근거 자료
- Wikipedia — Centrifugation (2026-10 조회본) — Relative centrifugal force 공식 부분
- USP <1092> The Dissolution Procedure: Development and Validation (USP 38–NF 33 게재본)
- Waters WKB53811 — What syringe filter pore size should be used to prepare samples run on ACQUITY UPLC?
- Dong W et al. Is it the appropriate syringe filter? The loss of PPCPs during filtration by syringe filter. Water Emerg Contam Nanoplastics 2022;1:7
- Reid E et al. Insights on the Adsorption of PFAS onto Laboratory Syringe Membrane Filters. ACS EST Water 2026
